
십자고상과 두 개의 성화는 줄리아노반지 Giuliano Vangi (1931-2024)의 작품
반지(Giuliano Vangi)에게 중요한 것은 예수님의 얼굴 모습이나 형태가 아니었다. 그는 내게 말했다.
"십자가 예수님 모습이 대부분 죽은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습니다.
나는 십자가에 매달려 살아 있는 그분의 모습을 작업하고 싶습니다.
십자가에 달려 죽어 있는 그분의 모습이 아니라 십자가에 못박혀, 일으켜 세워지는, 고통스러운 순간의 그분,
모든 사람을 당신께로 이끄는 그분을 조각하고 싶습니다.
'내가 십자가에 매달리게 될 때 모든 사람이 나에게 이끌려 오게 될 것이다' 라고 요한 복음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어느 위치, 어느 각도에서나,
순례자가 십자가를 바라볼 때 고통받고 있는 예수님의 눈과 자신의 두 눈이 마주치게 될 것입니다.
그분은 죽은 분이 아니라 살아있는 분이십니다. 부활하신 분이십니다.
나에게 십자가의 예수님은 빛이십니다."
...
줄리아노 반지는 프리미엄 임페리얼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비싸다.
반지가 내게 이야기했다.
"내가 작품료를 청구한다면, 신부님은 이 십자가 작업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신부님이 어떤 성당을 짓고 있는지, 그리고 건축가 마리오 보타와 작업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어렵고 힘들지만, 작업에 들어가는 최소한의 비용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몸체만 3.5m 크기의 예수님을 조각하려면 비계를 매야하고, 비계를 오르내리며 작업해야 합니다.
먼저 흙으로 조각하고, 3.5m 크기의 목각으로 옮겨야합니다.
십자가의 못 자국, 손과 발의 구멍을 크리스털로 해야하는지,
금으로 해야 하는지는 작업을 진행해 나가며 생각해 봐야 합니다.
나에게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은 빛이시기 때문입니다."
그의 나이가 92세이다.
그런 노인이 비계를 오르내리며 작업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예술의 노벨상이라 할 수 있는 프리미엄상을 수상한 그가 돈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다며 청구한 금액은
내가 그동안 성지개발을 하며 작가들과 작업해 온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놀라울만치 적은 금액이었다.
보타가 말했다.
"반지가 친구를 위해 주는 선물입니다."
나도 반지에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우리나라 교회에 선생님이 주시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돈 이야기를 해서 부끄럽습니다.
많은 재료비와 많은 노동을 해야 하므로 어쩔 수 없이 이야기했습니다.
그 정도 금액이면 재료사고, 세명의 손주들에게 맛있는 것을 사줄 만큼의 돈이 남습니다."
'우리 시대의 미켈라젤로'라고 불리는 회화와 조각의 거장 줄리아노 반지의 십자가 조각상은 마리오 보타의 대성당 건축과 함께 중요한 상징이 될 것이다. 십자가에 매달려 고통 중에 살아 있는 예수님의 눈과 내 눈이 마주치게 될 때,
(나는 그런 십자가의 예수님상을 이제까지 만난 일도, 본 적도 없다)
아마도 큰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 남양성모성지이야기, 이상각 p319~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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