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공부/공지영10

아이를 위한 기도 예전에 나는 내 아이들을 두고 "아무래도 좋습니다. 명예, 학벌, 돈 다 필요 없습니다. 행복하게 해 주십시오" 라고 기도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것도 허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 이렇게 기도한다. "다른 건 다 주님 뜻대로 해 주십시오. 그러나 다만 당신과 함께 걷게 해 주십시오.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주님, 아이들을 두고 하는 이 기도가 진심임을 당신은 아시기에 저는 이제 아무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 수도원 기행 2, 공지영 p204 2024. 3. 5.
나는 모르지만 더 큰 그분이 보시기에 그게 내게 더 유익해서 그냥 내버려 두셨다 (모든것을 잘 준비하고 공항에 내려 렌트를 하려는데 예상치 못하게 일이 꼬여 난감했었고, 아는분에게 연락도 잘 안되었고, 간신히 연락되어 신부님차를 얻어타게 되었다는 상황) .... 권 신부님의 차를 얻어타고 오틸리엔 숙소로 갔을 때는 이미 밤 열한시가 넘어 있었다. 만일 렌트를 해서 내가 혼자 차를 운전해 갔더라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았다. 내비게이션이 있다고 해도 입구도 (더구나 캄캄한 밤. 한국과는 달리 불빛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모르겠고, 도착해서 어디 벨을 눌러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길을 물어볼 독일어 실력도 내게는 없었다. 더구나 여기는 독일의 시골이고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 길거리에 사람 자체가 없었다. 권 신부님께 정말 죄송했지만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공힝에서 차를 렌트하지 .. 2024. 2. 24.
하느님은 나를 기다려 주신다 그리하여 나는 알게 되었다. 하느님께서 나를 위해 날을 개게 해 주시고 바람을 잠자게 해 주시며 결국 이 모든 하늘과 땅, 우주 만물을 지어 주셨음을, 나 공지영이 아니라 당신이 지으신 '모든 나'를 위해서 ... 나는 하느님이 왜 천지를 창조하시고 동물까지도 창조하시고 당신 스스로 "하느님 보기에 참 좋으셨다" 해 놓고 이 골칫덩어리 인간을 만들었는지, 어렴풋하게 알 것 같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왜 아이를 낳고 싶었는지 알게 되었듯, 그렇게 알 것 같았다. 하느님은 아름다운 창조물을 그리운 것들과 나누고 싶었나 보다. 좋은 걸 보면 생각나는 게 사랑이니까. 그래서 그들에게 자신을 만든 신을 거부해도 좋을 무서운 자유, 그 신성神性의 일부까지 부여하셨나 보다. 사랑은 스스로 찾아오는 것이니까... 2024. 2. 20.
또 다른 충고들 또 다른 충고들 - 장 루슬로 다친 달팽이를 보게 되거든 도우려 들지 말아라. 그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것이다. 당신의 도움은 그를 화나게 만들거나 상심하게 만들 것이다. 하늘의 여러 시렁 가운데서 제자리를 떠난 별을 보게 되거든 별에게 충고하고 싶더라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 공지영, 수도원 기행 1, p312 2024. 2. 19.
18년 만의 영성체 ..... 고해성사를 보기 위해 미사 전에 죽 늘어선 그 줄에 끼지 못했다. (그 줄에 그렇게 까지 끼고 싶지 않다) 처음엔 '하느님이 다 용서해 주셨는데 뭘' 하는 생각이었고, 그러다 보니 만일 신부님이 나를 붙들고 고해성사를 하라고 한다 해도 이젠 맨숭맨숭해져 버릴 것 같았다. 그렇게 죄를 고백하는 형식적인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 - 수도원 기행 1, 공지영 p85 2024. 2. 9.
어떤 잡지에 실린 글 한 신부님께서 독일에서 공동묘지에 가셨다가 어떤 젊은 부부가 묘지 앞에 꽃과 데티베어 인형을 두고 가는 것을 보았단다. 부부가 간 후 신부님이 가보니 그곳은 일곱 살 정도에 생을 마감한 아이의 무덤이었다. 그리고 묘비에는 이런말이 써 있었다고 했다. "주님께서 주신 아기, 주님께서 도로 거둬 가시니 우리는 그저 감사할 뿐" -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공지영 산문) p. 295 2024. 1. 25.
사람, 사랑 그리고 하느님 보이는 사람에 대한 사랑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지향해야 하고 보이지 않는 하느님에 대한 사랑은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드러나야 한다. - 마산교구 김동영 신부 강론 중에서 -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공지영 산문) p. 238 2024. 1. 20.
아들과 엄마, 예수와 마리아 누군가의 말대로 성모는 하느님의 아들을 낳아서가 아니라 그 아들이 하느님의 뜻-자신의 뜻이 아니다-을 행하도록 놔두고, 내버려두고, 그리고 떠나보냈기에 거룩한 어머니가 된 것이리라.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살아갈수록 더 생각하는데 인생에서 얻는 것보다 내려놓는 것이 백배는 더 어렵다. 그중에 제일 어려운 것이 아마도 자식일지 모르겠다. 한때 나도 아이들에게 집착한 적이 있었다. 내가 불행했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바리사이 같은 엄마가 되었다. 아이의 성적을 위해 밤늦도록 매를 때려가며 가르치려고 한 일도 있고, 사람들 앞에서 버릇없이 굴면 가차 없이 벌을 주었다. 나중에는 엄격함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방식을 바꾸었다. 방황하는 사춘기 아이를 위해서 그 애 학교.. 2024. 1. 20.
누군가와 맞세게 될 때 갈등의 싹이 트려고 할 때 누군가와 맞세게 될 때 이 주문을 마음속으로 세번만 박복하세요. 어떤 언어로든 진심으로 세번만 되뇐다면 여러분의 근심은 여럼날 아침 풀밭에 맺힌 이슬처럼 사라질 것입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내가 틀릴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한 해의 행복을 기도하는 마음 - 이채 밖이 시끄러운 것은 내 귀를 닫지 못한 탓이요 안이 시끄러운 것은 내 마음을 열지 못한 탓입니다 당신이 못마땅한 것은 나의 이해가 부족한 탓이요 내가 이해 받지 못하는 것은 나의 설득력이 부족한 탓입니다 끝내 미워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원망의 강물이 깊지 않기를 끝내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가슴의 날이 예리하지 않기를 바랍.. 2024. 1. 12.
가톨릭의 격언 "성인에게는 과거가 있고, 죄인에게는 미래가 있다" -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공지영 산문), p18 2024. 1. 5.